특수교육과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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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학급 선생님, 감사합니다!




글 : 정병은(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운영위원)


매년 3월이 되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실, 교사, 반 친구가 바뀌는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린다. 장애아동, 비장애아동 가릴 것 없이 교육시스템에 의해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비장애아동은 3월 한 달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다. 반면 장애아동, 특히 발달장애아동은 그렇지 못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아주 힘든 시간을 버텨야 한다.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는 있는지, 1년을 어떻게 함께 보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그 중에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분 좋게 기억하는 통합학급(원적학급) 선생님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지환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이 5학급인데 특수교육대상자도 5명이라서, 학급당 1명씩 장애아동이 배치되었다. 장애아동을 맡으면 학급당 학생수를 한 두 명 줄여주는 배려(?)를 하기도 하는데, 모든 학급에 1명씩 배치되니 공평(?)하다고 해야 할까. 학교에 자원봉사 아닌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렵게 끼어들어간 학부모회 임원 네트워크를 통해 개학하기 전에 새 학년의 담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일단 여초 현상이 극심한 초등학교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젊은 남자’ 선생님이고, 학생들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평을 접했다. 소풍이나 운동회 때도 반아이들에게 간식을 돌릴 수 없으며, 박카스 한 병조차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 각 반의 임원 엄마가 맡아서 했던 정수기 설치도 금지사항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한테 더 중요한 것은 장애아동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지,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였다. 계속 6학년을 맡았다가 이번에 3학년을 맡는다고 해서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마음이 불안했다. 지환이가 2학년 시절을 생난리를 치면서 보낸 까닭에, 지금 돌이켜보면 별 것도 아닌 일로도 초조하였다.


개학날 지환이를 앞장세워 담임 선생님에게 첫인사를 하고, 자세한 얘기는 따로 시간 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오가며 지환이를 본 적이 있고, 특수교사에게 물어볼테니 걱정 말라며 선을 그었다. 학부모에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에서 올해도 쉽지 않겠구나 싶어 저절로 한숨이 내쉬어졌다.


어느 타이밍에 상담하면 좋을까 궁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3월 초 어느 날, 지환이네 반전체가 지환이 때문에 단체기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허걱!! 반아이들이 지환이를 미워하겠구나 싶어서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하굣길에 학교로 향했다. 선생님은 단체기합(?)을 주게 된 맥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같은 반의 어떤 남학생이 지환이의 어리버리한 행동을 보고 “야, 이 병신아!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 목격한 선생님이 반아이들에게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게 하였다. 그리고 당신의 검지손가락을 모두에게 보여주며, “지환이가 병신이면 그럼 나도 병신이겠네?”하고 물었다. 선생님은 어릴 때 시골에서 검지손가락 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한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손가락이 짧으니 병신이냐는 물음에 반아이들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내가 병신이 아니면 지환이도 병신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반 누구에게도 바보, 병신 이런 말 하면 안 된다.”라며 공동체를 강조했다.


선생님은 공동체를 말로만 강조한 게 아니라 학급생활 곳곳에 적용시켰다. 지환이도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해진 교과과정을 변경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를테면 체육수업인데 운동장에 둥근 원을 그려놓고 그 안에 신발을 벗어놓고 집어던지는 게임을 하였다. 자신의 운동화는 원 안에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운동화는 원 밖에 있어야 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다. 지환이는 원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다른 친구들의 신발을 집어던지면 되니 아주 신이 났다. 다른 친구들도 게임 규칙이 간단하고, 몸으로 노는 것이라 꺅꺅 소리를 지르며 그야말로 대통합의 수업현장이 되었다.


종례시간에는 지환이가 알림장을 다 써야만 반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였다. 누가 먼저 나가지 않고 모든 반아이들이 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집에 가려면 짝꿍을 포함해서 주변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지환이의 알림장 쓰기를 도와주어야 한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나머지 아예 직접 알림장을 써주기도 하였다. 덕분에 나는 알림장 내용을 알기 위해 반친구 엄마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아쉬운 소리를 하고 미안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얘기하면 선생님이 지환이를 특별히 우대해 줬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선생님과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찾아보니, “지환이는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지환이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저희 반 아이들이고, 어떤 상황 가운데에 있던지 간에 동등한 친구로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한 것을 발견하였다. 지환이가 반아이들과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반 전체에게 간식을 돌리겠다고 요청했으나, “돌아가면서 간식을 넣는 분위기나 선물을 주는 분위기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거절당할 정도였다.


또한 지환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정해진 요일에 교실 청소도 해야 했고, 1인 1역을 맡아 급식 식판도 들고 와야 했다. 다른 친구들과 협력해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밖에도 선생님은 반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모색하였는데, 그 활동에는 지환이도 포함되었다. 학급문집, 연극, 음악회 등에 “수준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있겠지만, 지환이도 저희 반이니 당연히 넣어야죠.”라고 하였다.


현장학습 때는 엄마에게 이동 보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엄마의 동행을 거절하였다. 엄마가 따라오면 지환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엄마하고만 있게 된다는 이유였다. 친구들이 잘 챙겨줄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무슨 행사를 하면 엄마의 보조를 당연시하던 때라, 따라오지 말라는 거절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서로 어울려 함께 배우는 통합교육을 위해 오늘도 많은 장애아동과 학부모가 현장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통합학급의 교사들은 발달장애아동을 어떻게 가르치고 대하면 좋을지 몰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 그러나 발달장애에 매몰되지 말고, 먼저 비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가진 아동, 비장애아동과 마찬가지로 배움이 필요한 아동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선생님께 배운지 15년이 지났는데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말로만 듣던 통합교육의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환이가 교실에서 반아이들과 동등한 존재로 맡은 역할을 하는 것, 친구들이 집으로 놀러오고, 친구들 집에 놀러갈 수 있었던 것, 아파트 놀이터에서 반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동체를 강조한 선생님의 가르침이 깔려있다. 덕분에 그 해 1년은 선생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표명하면서 마음 편하게 지냈다. 이런 경험을 발달장애아동의 부모들이 계속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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