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행동지원 컨설팅]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

정유진님

0

577

2023.01.05 16:20




그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




"그녀는 스물 일곱살입니다. 가정의 여의치 않은 사정 때문에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올봄부터 세상으로 나와 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낮시간 직업훈련을 하는 것 말고는 퇴근 후나 주말에 특별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핸드폰을 통해 글자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외로움이 지나쳤던 걸까요? 그녀가 사람들에게 보내는 톡, 문자, 전화가 사람들을 귀찮게 합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톡을 하지 못하도록 지적하면, 미안하다는 구실로 사과의 톡을 여러 개 보내는 지경입니다. 특히 이성의 동료나 지원교사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여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나칠 정도의 이성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이런 문제로 컨설팅을 의뢰받는 경우가 참 많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부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가...

당연하게도 그녀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물일곱살의 젊은이에게 당연한 것은, 발달장애 젊은이에게도 당연하다. 이성이 좋아 죽겠고 핸드폰을 갖고 노는 게 너무나 재밌다면, 그건 발달장애인에게도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현실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그걸 설득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요. 안되는 거잖아요.”라는 의도로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의 뒷통수를 정신나게 때려줘야 한다.



핸드폰 사용이 지나치다면

핸드폰 외의 활동이 있는지 살펴보고


누군가에게 집착한다면

다양한 교류가 부족하진 않은지 살펴보고


노골적인 질척임이 문제라면

금지가 아니라 매너를 안내하면 된다.

그리고, 거절당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허락하지 않고 금지시키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허락하고 제공하고 발견하면서 일상의 색채를 더하는 것, 젊은 그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지원이다.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