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행동지원 컨설팅] 이대로 쭈욱?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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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7 09:42



이대로 쭈욱?




나는 개구쟁이입니다. 수업은 별로 재미없지만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늘 마음만 앞선다는 것입니다. 분명 친해지려고 했던 건데 손발이 우악스럽게 앞서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행동을 크게 할수록 친구들은 더 깜짝 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하지 마, 안 돼! 선생니임, 얘 좀 봐요!!!” 


그 날도 그랬습니다. 옆친구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큰 행동을 해보였습니다. ‘나 좀 봐, 나 좀 봐줘!!’ 라는 마음 속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친구 앞에서 바지를 쑥 내렸습니다. 역시 친구들은 우당탕탕 놀라고 와글와글 거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친구들이 있는 2학년 3반에 가지 못하고, 특수선생님과 단둘이 햇님반에 하루 종일 있어야 했습니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동안 통합반과 특수반을 오가며 수업하던 학생이 통합반에서 ‘말썽’을 일으킬 때 흔히 받게 되는 조치이다. 특수반으로의 유배. 차라리 학교폭력위원회라도 열리면 공식적 조치에 상응하는 규제라도 받을텐데 그저 교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때로는 상대방 학생부모의 항의를 잠재우기 위해 이런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가 생기는 갈등은, 특히 사례 이야기에서처럼 그 행동의 의도가 사회적인 것이라면 더더욱 해결의 실마리 역시 친구들과 함께 어우리는 생활 속에 있다. 잘 놀아보려다가 생기는 어려움은 잘 놀아보면서 풀어야 하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상대방 학생의 놀란 마음, 그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려야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에는 “무엇을”에 집중하는 대신 “어떻게”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 무엇을


- 이전과 똑같은 일정으로 통합반에 머물면서 생활한다.

- 이전과 달리 특수반 시간을 대폭 늘린다.

- 무울론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긍정적행동지원, 장애학생인권지원 등의 사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학기중이라서 신청이 어렵다고 한다면 사안의 위급함을 좀더 강조하면 좋겠다. (성공사례 있지만 깡다구 필요함)

- 해당 학생의 부모가 개인차원으로 컨설턴트를 섭외하고 통합교사, 특수교사와 함께 하는 솔루션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 (성공사례 있지만 역시 깡다구 필요함)



* 어떻게


-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의 기준, 일정을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 상대방 학생의 놀란 마음이 진정되었다는 기준은?

= 해당 학생이 적절한 사회적 기술을 익혔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 해당 학생이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성장의 기회는 언제 경험할 수 있는가?


- 구체적인 실행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지 말고 2주 정도 간격으로 서로 점검하면서 (해당 & 상대방)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세밀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특별한 근거 없이 단일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취한 후 아무런 개선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00 행동을 했으니까 ** 조치를 내린다는 논리가, ** 조치를 내린 후에는 00학생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것에 머무른다면 이는 분명한 차별이고 인권침해이다. 


특정한 조치의 내용 자체가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 요소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으나, 결정된 조치가 구체적인 준거와 계획을 갖지 않을 때에도 차별과 인권침해의 위험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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