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행동지원 컨설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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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23:1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 행동지원 컨설턴트)


발달장애인의 어려운 행동에 대해 의논하는 자리에서는 다양한 전략이 오르내립니다. 이미 해본 적이 있으나 실패한 경험도 이야기하고, 앞으로 시도해보면 좋을 방법도 의논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컨설턴트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소위 ‘기법 만능주의’나 ‘기법 허무주의’가 만연해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특정한 기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를 품거나, 기법을 적용해봤자 결국 소용없을 거라는 무기력이 현장에 팽배해있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기대를 품고 “PECS를 써봤는데, 그림카드를 보여줬는데, 토큰판을 쓰자고 했는데, 타이머를 줬는데, AAC 앱을 보여줬는데...” 실패했거나 연수 등의 자리에서 앞의 기법을 소개받았지만 아예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에 언급된 여러 기법들은 그저 ‘해본다, 보여준다’ 단순한 과정을 통해 실천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 성공이나 실패는 더더욱 세심하게 판단되어야 하는 방법입니다.


그 기법이나 전략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를 적용할 때 제가 많이 추천드리는 원칙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입니다. 


술래가 뒤돌아서 주문을 외웁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 밖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봅니다. 

사람들을 살핀 술래는 다시 뒤돌아섭니다. “무우구웅화아 꽃이이 피이어었스읍니이다아”

주문이 조금 느려지자 몇몇 사람들은 과감하게 서너 걸음을 움직여봅니다. 

술래가 재빠르게 주문을 외우면 사람들도 그에 맞춰 꼼지락거릴 정도로만 움직입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몇 명은 어느 틈에 술래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주 조금씩 움직이면서 목표하는 행동을 완성해나가는 방법을 빗댄 놀이입니다. 어렵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여 마치 도장깨기 하듯이 행동을 빚어나가는 방법은 발달장애인 지원의 현장에서도 다양하게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 하루종일 갖고 놀던 태블릿을 잠깐 내려놓는 연습

1) “똑딱(1-2초)” 태블릿을 잡은 채로 1-2초간 내려놓기

2) “똑딱(1-2초)”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1-2초간 손 떼기

3) “또오오옥 따아아아악(3-5초)”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3-5초간 손 떼기

4) “또오오옥 따아아아악(3-5초)” 태블릿을 책상 멀리 올려놓고 3-5초간 손 떼기

5) “타이머 맞출게요(수초-수분)” 태블릿을 책상 멀리 올려놓고 수초-수분간 손 떼기


 활동실에서 10m 떨어진 체육관으로 이동하는 연습

1) “이제 이동할게요.” 활동실 의자에서 일어나기

2) “이제 이동할게요.” 활동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 앞까지 5걸음 이동하기

3) “이제 이동할게요.” 활동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 바깥쪽까지 이동하기

4) “이제 이동할게요.” 활동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 밖에서 3걸음 이동하기

5) “이제 이동할게요.” 활동실 의자에서 일어나서 문 밖에서 10걸음 이동하기 


 “이**” 이름쓰기 연습

1) 가로선(“찌익”), 세로선(“쭈욱”), 대각선(“미끄럼틀”), 원형(“동그라아미”) 연습

2) “이름 써보세요. 동그라아미-” 동그라미 쓰기

3) “이름 써보세요. 동그라아미- 폴짝 뛰기” 동그라미 쓰고 새로운 시작점 찾기

4) “이름 써보세요. 동그라아미- 폴짝 뛰어서 밑으로 쭈욱-” 동그라미 쓰고 새로운 시작점 찾아서 세로선 긋기(‘이’ 완성)


위와 같은 전략을 Shaping 또는 행동형성이라고 합니다. 행동형성은 어려운 행동을 중재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그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인다’는 개념보다는 당사자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본다’는 개념으로 적용하면 좋습니다. 


술래가 외우는 주문의 속도에 맞춰서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술래가 다음번 주문을 빠르게 외울지 느리게 외울지 귀 기울이기, 때로는 대범하게 때로는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 술래의 감시를 피해서 살아남았어도 함부로 술래를 자극하지 않기, 술래에게 발각되었을 때 움직이지 않았다고 우기지 않기, 발각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지금까지 실패했거나 무심하게 넘겨왔던 많은 전략을 다시 검토해보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방식을 적용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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