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특수학교 PBS-협력의 문화 세우기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 행동지원 컨설턴트)
특수학교의 행동지원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이 자리 잡았다. 보편적 차원의 행동지원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학교도 많고 컨설팅 의뢰를 받아서 학교를 방문해보면 이미 선생님들끼리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큰 벽은, 역량과 자원이 집중적으로 모여야 하는, 어려운 행동의 강도가 매우 심하거나 그런 모습을 보인 지 오래된 사례이다.
행동 발생의 ABC(선행사건 – 행동 – 후속결과의 3요소)를 교사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강화와 소거, 촉구 등의 세부기법을 모두 알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행동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학생들이 무척 많다. 긍정적 행동지원 모델을 그저 응용행동분석 원리에 기반한 전략의 구현 정도로 생각하는 데에서 오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학령기 발달장애 학생의 어려운 행동에 대해 특수학교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대책을 마련할 요량이라면 가장 힘써야 하는 부분은 ‘가정과의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가정의 파트너쉽이란,
- 어려운 행동을 보이는 해당학생의 담임과 학부모가 협력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겠지만
-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학부모가 관심을 기울이고 교사를 신뢰하는 분위기,
- 행동중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교사의 노력을 학부모가 긴 호흡으로 믿어주는 분위기,
- 행동중재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방안을 가정에서도 실천하는 노력,
-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에 대해 교사와 가감없이 공유하는 적극적인 자세,
- 학교와 가정의 이러한 노력이 특수학교에서 보내는 12년간 꾸준히 이어지는 것
등까지 포함된다.
즉, 특정 교사의 노력이나 특정 학부모의 태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수학교에서는 학생의 어려운 행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노력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서 (일부) 무책임한 교사나 진상 학부모로 인한 피해와 마음의 상처를 줄이고 발달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적절한 지원을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올해 특수학교에서 요청을 받았던 컨설팅이나 부모교육, 교사연수 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행동지원을 시작하고 협력하고 올해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까지 이 방식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 관찰과 코칭 등 교실과 학교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 해당학생의 교사 컨설팅뿐 아니라 부모 상담을 함께 진행하고
= 교사들이 행동지원에 쏟고 있는 노력과 체계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학부모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 담임교사 단독이 아니라 교과담당 교사, 지원인력이 함께 논의하고
= 학부모회 차원에서 자녀의 어려운 행동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면
우선 첫 걸음은 뗀 것이다.
A 특수학교는 학생 한 명의 행동지원을 의논하기 위해 담임교사와 교과담당 교사, 지원인력, 부모가 만나는 자리를 연이어 계획하면서 겹겹으로 의논하기도 했고
B 특수학교의 학부모회에서는 부모들끼리 모여 자녀의 행동문제를 기꺼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고
C 특수학교는 교사-컨설턴트, 부모-컨설턴트가 의논하는 자리를 각각 진행하고 그 내용을 서로 공유하며 (서류 공유, 컨설턴트의 전달, 줌회의 녹화본 공유 등) 학생의 행동문제에 대한 온도차를 좁혀나갔다.
올해 동분서주했던 위와 같은 업무 중에는 진정한 의미의 ‘행동분석가’ 역할을 해낸 경우는 많지 않다고 자평한다. 오히려 ‘특수학교 학부모 출신의 전문가’라는 배경이 더 먹어준 것 같다 ㅎㅎ 어쩌면 그 점이, 지금 우리나라 특수학교에 특화된 행동지원 모델을 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반증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학교와 가정 양측 모두가 무기력이나 무력감, 상대방에 대한 불신 또는 자괴감에 짓눌려있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특히 집중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사례일 경우 교사든 가정이든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일 없이 함께 협력하는 문화가 조성된 조직 안에서 어려움으로 뒤엉킨 매듭을 풀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