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문제행동 중재, 우리는 왜 실패할까?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발달장애 전 연령에 걸쳐 요즘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단연코 문제행동 중재에 대한 것입니다. 놀이와 교육, 자립과 직업 등과 관련한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는 문제라면 현 시점에서 관찰할 수 없거나 온전한 수행이 어려운 작업이나 활동, 행동을 새로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될 일입니다. 따라서 새로 습득한 행동이 미비하더라도 그만큼을 해내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행동의 중재는 이와는 다릅니다. 현재 극렬한 강도와 빈도로 나타나고 있는 행동을 어느 수준 이하로 줄여야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까지 목표를 달성하지 않고는 감히 성공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래서 ‘성공한 문제행동 중재의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행동의 중재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흔히 그 행동이 그만큼 힘든 것이기 때문에, 또는 당사자의 장애가 심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결론짓기 쉽습니다. 특정 장애를 실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번에 자폐1급 학생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데 (문제행동이 있을까봐, 심할까봐) 걱정이에요.”라는 말도 듣곤 합니다.


문제행동 중재, 우리는 왜 실패할까요?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급, 통합학급, 특수학교, 치료실,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작업장, 평생교육센터, 거주시설, 지역사회 그리고 가정 등 발달장애인이 삶을 영위하는 모든 곳에서 문제행동은 보고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소연합니다. 이 문제 때문에 뭔가를 하긴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들 하지요. 이 시나리오 안에는 많은 실패의 요소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1)

특정 행동을 문제행동으로 규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방향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보통 감각추구행동, 상동행동을 통제하려는 중재시도에서 나타납니다.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바꾸어야 할 것인지 특정 환경, 일정, 프로그램을 수정·보완해야할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지 않으면 행동의 변화를 꾀하는 중재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2)

문제행동이 발생한 현장에서의 중재에만 몰두할 때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행동은 특정 환경이 제공하는 요소에 따라 촉발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비되는 환경 속에서도 행동의 양상은 달라집니다. 한 명의 발달장애인이 가정에서, 센터에서, 그리고 활동지원사와 함께 있을 때 행동이 극명하게 다른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중재실패를 무조건 교사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으며 주간보호센터에서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보호자의 협력 없이 사회복지사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3)

문제행동 중재를 위해 시도했던 기법이 제대로 적용되었는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기법의 선택이 과연 적정했는지부터 점검해보아야 하고 개념으로 알고 있었던 기법이 실제로 구현되는 데 오류가 있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함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자해행동에 무시전략을 남발하거나 신체적 개입을 잘못 시행하여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를 더 흥분시키는 경우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으로 문제행동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4)

단계적인 성공이라 일컬을 수 있는 기준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중재의 출발선을 박차고 달려 나가는 것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늘 적재적소의 기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해도 당장 내일 문제행동이 완벽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속도가 느릴지라도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낸다면 이 중재는 ‘효과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 변화를 감지할 장치나 시기별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제행동이 관찰된다는 사실에만 주목한다면 이 세상에 성공한 문제행동 중재의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

문제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의 현 삶과 연관된 모든 사람이 함께 고안하고 동의한 계획이 부재한 채로 중재에 덤벼든다면 상황을 그저 몸으로 떼우는 주먹구구식 대처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계획하고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에 무방비로 놓이게 되면 당연히 당황하고 흥분하고 우왕좌왕하거나 감정적으로 휘말리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벌어지는 돌발적인 문제행동’까지도 미리 예상하고 계획하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제행동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긴밀한 협력, 치밀한 계획과 객관적인 평가와 진단이 수행되지 않는다면 작은 성공을 감지하지 못하고 실패의 순환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시도하고 꾸준히 노력해야할 문제행동 중재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파악하는 자세, 그리고 지치지 않을 응원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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