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실행기능의 장애와 행동의 지원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장애와 행동의 지원



- 김성남(소통과 지원 연구소장 / ㈜쌤스토리 대표이사)



실행기능이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과제를 완수하기 위하여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으로 뇌의 전두엽에서 담당하고 있는 고차적인 인지능력을 말합니다. 이 실행기능이 적절히 발달해야 자기 조절 능력도 성숙하게 되고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여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감정, 생각, 행동을 상황에 맞게 통제하고 조절하게 됩니다.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의 부적절한 행동들 가운데 상당부분은 바로 이러한 실행기능의 부족이나 결손으로부터 비롯되며 실행기능과 관련된 부적절한 행동의 유형도 매우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자폐성 장애 아동들은 실행기능의 어려움이 부적절한 행동의 원인인 경우가 매우 흔하므로, 그들의 부적절하거나 도전적인 행동의 의도를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태도나 성향 혹은 현재 영향을 미치는 상황만으로 판단하기 전에 일단 한 걸음 물러나 내적인 실행기능의 문제도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은, 반항적이고 도전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의도적으로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조종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특히 “더 잘 알고 있어야”하는, 비교적 능력이 있어 보이는 학생들도 이러한 행동을 보이고는 하는데, 이 경우 대부분은 적절한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상황에 적합하게 행동하지 못하거나 어른들의 합리적인 기대에 잘 부응하여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행동이 이러한 실행기능의 약점을 반영한 것은 아닌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그 학생을 비난하지 말고 이러한 실행기능의 약점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외부에서의 지원(조정 또는 편의제공, accommodation)을 제공하여 실행기능의 결손을 보완해 주는 것입니다. 교실에서 부적절한 행동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지원 방법과 실행기능의 보완을 위한 편의제공 방안들을 예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아래의 사례는 「The Autism Discussion Page on Stress, Anxiety, Shutdowns and Meltdowns(Bill Nason, 2019)로부터 발췌 및 번안하였음을 밝혀둡니다.


<동훈의 사례>


교직원들에 따르면, 동훈은 동기가 부족하고 어른들의 지시에 반항적이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는 합니다. 그는 지루해하고 과제나 활동을 거부하고 일어나서 교실을 돌아 다녔습니다. 선생님이 재지시를 하려고 하면 자료를 던지고 책상을 뛰어 넘어 선생님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종종 교실의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훈을 신체적으로 제지하였고, 이로 인해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동훈은 밝은 소년이었고 대부분의 과제나 작업을 완료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들은 더욱 실망이 컸습니다. 그러나 동훈은 자신의 작업을 완료하지 않았고 그를 도우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항하고 주변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관찰과 평가에 따르면 동훈의 도전적 행동의 근간에는 강한 실행기능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주의를 집중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작업 기억은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사고 기술은 열악했습니다.


그의 감각 처리 기능에 대한 평가결과는, 감각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신경계의 각성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각성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조절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할 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훈은 감각신경의 흥분상태(활성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빈번한 움직임과 신체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동훈이가 농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교사는 과제나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체육관에서 농구골대에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의 기능이나 행동을 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것은 동훈을 더 좌절하게 만들었는데, 일을 제대로 끝마칠 수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농구를 할 기회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동훈이 자신의 행동을 적절히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교사들은 어떤 편의 제공이나 지원이 그가 과제나 활동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여 좀더 쉽게 과제를 수행하도록 해, 농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자주 가질 수 있게 해주었고 성공을 통한 자존감을 갖도록 노력했습니다. 동훈이 정해진 과제 수행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대신, 그가 교사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어렵다고 가정하고 이러한 결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교사가 추가로 조치한 지원과 편의제공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 동훈의 책상을 교실의 맨 앞,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로 인해 수업 활동의 방해 요소가 최소화되도록 하고 교사가 모니터링과 도움을 좀 더 빠르고 쉽게 제공 할 수 있었습니다.
    • 자주 짐볼 위에 앉아 껌을 씹으면서 신경계를 자극할 수 있게도 해주었습니다. 그가 원한다면 과제나 활동을 일어서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사는 동훈의 신경계를 활성화하는 활동을 계획해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 이상 하도록 했습니다(칠판 지우기, 사무실로 물건 가져 오기, 연필 깎기, 벽에 대고 푸쉬업 하기 등). 그는 선생님을 돕기 위해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것은 동훈의 각성수준을 높이고 신경을 깨우고 긴장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고 앉아서 쉬는 시간을 줄여 줄 수 있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 동훈은 한 번에 많은 과제나 작업을 수행하면 압도당하고 얼어 붙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과제를 짧게 단축시키거나 더 작은 단계로 세분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20개의 수학 문제는 10개로 줄이고 문제를 푸는 시간은 늘렸습니다.
    • 해야할 일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과제나 활동에 대한 지시와 그가 받는 보상 (예, 체육관에서 농구하기)들에 대해, 책상의 한쪽에 쉬운말로 적힌 색인 카드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책상 한가운데에는 작업이 완료된 후 놀 수 있다는 것을 표시한 농구 선수의 사진을 붙여 두었습니다. 책상의 다른 쪽에는 집중력을 잃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휴식 카드를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 카드를 교사에게 건네주도록 했습니다(앞서 말한 몸을 움직이는 활동들을 표기한 카드).
    • 감정 조절을 돕기 위해 동훈이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평상시 자주 연습한 심호흡하기, 숫자세기, 미니 트램폴린에서 뛰기, 복도에 나가 정수기의 냉수 따라 마시기, 화장실 가서 손씻고 오기 등)을 메뉴판처럼 만들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피곤할 때는 매트리스나 쇼파에 가서 누워있을 수도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 동훈이가 손을 들면 항상 선생님이나 보조교사가 그를 돕기로 했습니다. 교사와 보조교사 등은 그를 면밀히 관찰하고 모니터링하여 도움을 제공하고 집중력을 잃거나 흥분하기 시작했을 때는 재빨리 휴식을 취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이상의 방법들은 동훈의 행동들을 의도적인 행동이나 도전적인 것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실행기능의 문제로 보고 그것을 지원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과제나 활동을 해나가도록 허용하고 도움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는 그가 스스로 필요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선택지를 만들어 주면서 그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과제의 완수를 위해 아동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지속적으로 아동을 자극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스트레스나 좌절감을 줄 과제보다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도구나 방법을 제시하고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를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실행기능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이면서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활동이나 작업을 하라고 압박하거나 기대에 부응하도록 계속 지시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들을 제공한 후 그 방법을 혼자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언제 어디서 그 방법을 쓸지 스스로 선택하게 해서 상황을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는 걸 알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사례에서 아동은 감정이 격해지거나 불안한 상태가 되어도 곁에 자신이 ‘믿을 만한 어른’이 함께 있고 그 사람은 자신과 함께 상황을 더 낫게 만드는 파트너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사나 부모가 늘 지시하고 통제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이 될 방법들을 알려주는 존재이고, 나는 그 상황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 대안들을 사용하면 내 감정과 현재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일은 모든 아동들에게 필요한 접근 방식일 수 있지만, 특히 실행기능과 자기조절 기능이 약한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자 접근방식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의 사례에서 동훈이가 자신에 대한 효능감(내가 상황을 통제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교사를 신뢰하게 되었고, 동훈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교사와 보조교사 등 주변 어른들의 동훈이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고 합니다.


발달장애인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고 가치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개별적인 요구와 그가 처해 있는 상황과의 불일치를 찾아내 그의 요구와 그가 속한 상황에서의 요구가 일치되도록 만들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많은 활동이나 과제에 동기가 부족해 보이고, 무관심하며, 자주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보일 때, 사실은 대부분의 그런 행동은 부정적인 태도나 도전적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에게 적합한 과제와 활동, 휴식 방법, 자기조절 기술의 미숙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더 쉬운 방법과 대안을 마련해 주고 그것에 숙달되도록 그를 도와주고 그런 접근방법의 실행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교실의 상황과 여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반항적이거나 도전적인 행동들의 상당부분은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가 가진 언어능력이나 인지능력의 습득 정도와는 상관없이,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가 속한 상황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느낌”을 줄 수 없다면 그들의 어려움과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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