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신체적 개입이 필요할 때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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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16:55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발달장애인의 어려운 행동, 발달장애인과 관련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다보면 장애인 당사자와의 직접적인 충돌이나 접촉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대응의 결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나 교사, 종사자가 부상을 입기도 하고 때로는 그 의도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인권침해라는 논쟁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신체적 개입은 고려해서는 안 될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또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와 외국의 자료와 사례 등을 통해 얻게 된 ‘신체적 개입의 적용에 대한 원칙’을 논해보고자 합니다. 


신체적 개입(물리적 개입, 물리적 억압, 최소한의 억제 등으로도 표현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장애인)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상황이 임박했고, 이 신체적 개입 이외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입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교육기관 모두 신체적 개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체적 개입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곧 해당서비스가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개별화교육계획(IEP, Individual Education Plan)이나 행동중재계획(BIP, Behavior Intervention Plan)의 공식적인 대응 안에 신체적 개입을 고려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행동중재를 위한 프로그램은 개인의 상황과 요구에 맞게 치밀하게 계획하고 열심히 실천하되 신체적 개입도 그런 노력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여지를 두지 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교육, 지도나 행동중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맥락 속에서 주변 사람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한 개인의 내재적인 사정상 벌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교육이나 행동중재와는 분리된 응급대책이 신체적 개입입니다.


우리는 흔히 신체적 개입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갈등하고 전문가에게 된다, 안된다의 답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신체적 개입의 허용을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 학교, 우리 기관은 과연 예방에 주력하는 행동지원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가를 먼저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행동지원계획 안에는 현재 어려운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장애인 당사자의 여건, 제공되는 서비스의 한계가 담겨 있습니다(있어야 합니다). 그 행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하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고 어떤 도움을 청하려고 하고 무엇이 불편한지에 대해서 파악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해석 역시 행동지원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있어야 합니다).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행동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고 주변 사람들간의 협력과 의견조율도 필요합니다. 계속되는 실패와 어려움에도 장애인 당사자를 학생으로서, 이용자로서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와 사명감도 요구됩니다. 


이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위기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선택해야하는 신체적 개입의 사용 여부만을 고민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접근입니다. 하물며 신체적 개입의 사용여부에 대한 동의를 입소나 서비스 개시의 조건으로 들이미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프로그램에 심각하게 방해가 되거나 자신이나 다른 이용자, 종사자를 위협하는 공격행동을 보이는 경우 부득이하게 퇴소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고지와 함께 이에 동의해야만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며 동의를 강요하는 관례 역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반강제로라도 동의를 받아둘 요량이라면 신체적 개입의 사용이나 퇴소조치가 아니라, 어려운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을 때 행동지원을 위해 반드시 협력하고 종사자, 자문위원과 진행될 대책회의에 필수적으로 참석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행동과 주변상황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줄 것, 수립된 행동지원의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짜로 그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어려운 행동을 보일 때 가족과 종사자와 행동중재전문가가 신속하게 모여 열린 마음으로 정보를 나누고 상황을 파악하고 서로의 고충을 다독이며 작은 실천이라도 시도해보고 어렵더라도 함께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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