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행동


협력이 없는 행동지원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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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6 20:08




글 : 정유진 (부모 / 유아특수교육 석사 / 국제행동분석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보육, 평생교육, 문화여가, 직업훈련, 활동과 자립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다양한 현장에서 행동지원 자문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 또는 하소연은 이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이 함께 협력해야 행동지원이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나요? 협력하려고 하지 않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행동지원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이 일관성있게 대처해야 하는데 가정의 협력이 없다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생각일 것입니다. 이에 더해 담당자들은 부모님도 바람직한 양육과 행동지원의 방법을 코칭 받아야 하고 장애자녀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낙담하고 정보가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님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이 진행되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발달장애인을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부모님과 가족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행동지원은 작은 범위에서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즉 부모님과 가족의 협력이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면 행동지원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게 되는 걸까요? 현장에서 소리높여 요구하는 가족과 부모의 협력과 참여를 위해 마련하는 사업은 정말로 행동지원에 도움이 될까요?


가장 흔한 사업은 부모교육, 특히 부모님들을 한데 모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입니다. 발달장애의 특성과 전반적 이해, 의사소통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지원방안, 행동지원의 올바른 관점과 실천방안 등의 교육과정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정보를 제공하는 강의가 주를 이룹니다. 부모교육은 핵심적인 정보나 기술을 안내하는 데에는 효율적이지만 개별적 요구와 사정을 감안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모코칭 사업도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개별 가정의 양육기술을 보완하거나 장애자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행동상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채워 역량을 강화하기에는 적합한 사업입니다. 부모교육 등을 통해 동기가 향상된 부모님들은 부모코칭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생님이나 치료사보다 더 열성적으로 실제기법을 가정에서 적용해보는 부모님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종사자들은 부모코칭이나 자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부모님들은 선뜻 부모코칭이나 자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코칭이나 자문이 세밀해질수록 오히려 부담을 느끼거나 해당 가정이 가진 고유한 일상과 여유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발달장애자녀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많은 성인기 발달장애인 가족일수록 이미 습관화된 본인의 생활방식을 몇 회기의 부모코칭을 통해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부모상담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부모의 긴장이나 불안함, 부정적인 태도 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마주하고 부모가 장애자녀의 일상과 교육, 삶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심리지원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부모상담은 부모님 자신을 사업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설정하며 이들이 가진 심리내적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장애자녀의 행동문제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사업입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진행할 전문가가 부모의 정신건강과 장애자녀의 행동문제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발달장애 가족, 특히 부모님을 위한 서비스를 계획할 때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위해 당신들이 배우고 변해야 한다.’는 주장만 앞세우다보면 오히려 건강하고 균형잡힌 협력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나 가족이기 전에 불안함과 절망감, 매순간 부족함을 느끼며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막상 일상의 분주함으로 인해 실천이 어려운 또 한명의 주체입니다. 현장종사자들은 이들에게 변화와 배움을 요구하지만, 이들이 정확한 정보를 취하지 못하거나 앎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못하는 데에는 각자의 배경과 사정이 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행동지원의 성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과의 협력과 참여를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교육, 부모코칭이나 자문, 부모상담은 행동지원과 분명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이지만 행동지원 사업의 범주 안에 넣기에는 각 서비스의 취지와 기대되는 성과, 장단점이 모두 다른 별개의 사업입니다.


따라서 행동지원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부모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행동지원사업 외 부모교육, 부모코칭이나 자문, 부모상담을 마치 곁들이는 반찬처럼 어설프게 끼워넣기보다는 행동지원의 절차 중 현 상황을 진단하는 단계(기능적 행동평가)에서 부모님께 세세한 정보를 요청하는 인터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부모님께도 막연하게 상담이나 교육, 코칭을 추천하기보다는 행동지원 절차상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보호자 인터뷰에 적극 협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것이 행동지원이라는 무게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길입니다.  


행동지원사업의 중심은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기 위한 환경을 재조정하고 나아가 일상을 풍성하게 구성하여 당사자의 통합된 삶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여러 자료와 전문가들이 제안하고 현장의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증명된 절차와 전략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집중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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