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탈 시설과 지역사회 거주에 대한 짧은 생각

남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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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00:32



생각 많은 둘째 언니혜영 씨의 펀딩 프로젝트 <중증발달장애인 동생과의 시설 밖 생존일기>에 무려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펀딩한다는 소식에 반갑고 대견한 한 편, '다 채울 수 있을까'하는 염려도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가 되어 펀딩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목표금액을 채웠다. 액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십시일반으로 마음 열어 정성을 모으고 글과 비디오를 퍼다 나르신 우리의 이웃들이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 각 가정마다 다른 사연이 있고 상황이 있기에 이전의 이야기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부모의 몫을 미리 자청해 감당하는 비장애자매 '우리의 둘째 언니' 혜영 씨의 여정은 참 대견하고 아름답지만 현실을 돌아볼 때 우선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유롭게 지역사회에서 살던 혜영씨와 보살핌과 지원보다는 통제와 순육(順育)’을 제공하는 시설에서 살아온(혜영씨가 쓴 표현을 옮겨왔다) 혜정씨. 18 년간 양극단의 문화와 환경에서 떨어져 살다보니 24 시간 밀착되어 사는 지역사회의 일상에 적응하기는 두 분 모두에게 매우 힘들 것이다. 서로에 대해 띄엄띄엄 알던 부분을 채워 가며 새롭게 알아가는 동안, 기쁨과 슬픔과 화남과 속상함이 교차되고 뒤섞일 것이다. 그 시간동안 혜영 씨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말고 아픔과 힘듦조차 나누어 지혜와 먼저 겪어낸 분들의 경험을 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또한 세상을 사는 맛이기도 하니까.

 

프로젝트 전에도 혜영 씨는 비디오로그 시리즈를 통해 자매가 함께 하는 풍경을 때때로 용기 있게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겨우 한 살 많은 언니로 동생이 거주하는 시설에 인권 관련한 문제가 생기자 데리고 나올 계획을 세웠고, 죽을 만큼 노력해서 함께 살 종자돈을 마련했다 한다. 45일 동안 1249 명의 후원을 통해 마련한 기금은 18 년 동안 시설에서 살던 동생을 데려와 함께 사회 속에서 살아갈 길을 찾고, 또 그 과정을 영상으로 생생히 공유하는 프로젝트에 쓸 계획이다.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와 더불어 사는 일은 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것이나 부모의 삶 이상으로 지난하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함께 살거나 떨어져 살거나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있다는 현실의 무게는 겪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부모의 사후에 져야 할 책임 역시 구체적 그림 없는 막연함으로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는 때가 될 때까지 미루거나 피하려들지 않고 함께 세상을 마주하려 노력하는 '둘째 언니'의 모습에 내 아들의 비 장애형제자매인 딸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더 마음이 쓰인다. 여러 해 동안 시설에 있었으면 자녀의 존재를 가끔씩 잊는 부모님들도 계시는데 '딱 한 살 많은 언니'가 동생을 거두겠다고 나서니 내가 다 감사할 지경이다.

 

이렇게 드러내어 함께 고민하자 하시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회도 차차 변할 것이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작은 꿈과 이룸'이 모여 세상이 변한다. 13 살에 시설에 들어간 동생은 18 년 동안 '어른이 되면...'이라는 꿈을 꾸며 지냈다. 그 꿈을 이뤄주는 둘째 언니의 꿈에 우리의 작은 꿈들이 함께 해 첫 발을 떼었다.

 

한국에 '자폐성장애'를 가장 크게 알린 계기는 '말아'이라는 영화였다. '혜영 씨가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중증발달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나 기록이 거의 없었다. 다큐멘터리 '유쾌한 영배 씨'(황인규 감독 작)를 통해 성인기 진입과 적응을 앞둔 발달장애인의 삶을 조명한 것 같이, 자매의 이야기도 시설에서 나와 '세상'에 적응하는 성인 중증발달장애인의 삶과 그녀에게 '세상'을 회복시켜주는 언니의 삶을 '세상'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크게 응원한다. 이를 통해 30 인 이상의 시설을 더 이상 만들지 못 하게 하고, '탈 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라'고 주장하시는 정부가 진정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지원해주는 계기도 되면 한다. ’혜영 씨, 혜정 씨(그리고 큰언니) 자매'가 제대로 우리의 이웃으로 정착하여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시도록 내내 지키며 알게, 모르게 힘이 되도록 함께 마음 모아 주실 분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생각 많은 둘째 언니의 유튜브 채널 주소는 아래와 같다. 많이 보시고 공유해 주시기 바란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dB-lgTS2sOhJIxgP550qw


 

(붙이는 말)

201412월 말 현재 등록 장애인수는 2,494,460명이며, 1,457개 거주시설에서 전체 등록장애인의 1.3%정도인 31,406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으며 신규 생활 시설에는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이 주로 입주한다고 한다.

2012년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 10년 이상 시설 거주인이 전체 거주인의 55.13%에 이르고, 입소 후 퇴소한 경험이 전혀 없는 장애인의 비율은 84.54%로 일시 거주나 사회 복귀를 위한 곳이 아니라 일생 사는 곳이 된다고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을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단순한 구성분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관련되고 공동체에 구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자신의 고유 가치를 훼손당하지 아니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라고 설명한다. 이제 중증발달장애인들과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독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준 별 맞춤 지원책을 만들고,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 남영/부모/한국자폐인사랑협회 운영위원/발달장애지원 전문가 포럼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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