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부모자조모임을 꿈꾸며

이경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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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23:12

얼마 전 정말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발달장애 엄마들의 자조모임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서 보내준 것이다. 이 선물이 참 고마운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함께 미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인연은 3년 전으로 올라간다. 처음엔 자녀 걱정이 많은 자폐 엄마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얼마 후 그는 알고 지내던 다른 엄마들을 차례차례 소개했다. 다음엔 그들 모두를 함께 만나기 시작했고 한 집 한 집 찾아다니며 각 가정의 사는 모습도 보았다. 아직 어린 자녀들. 두렵고 막연한 미래.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그들이 참 애틋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함께 서로 위로하며 아름다운 희망을 노래한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에 이렇게 많이 성장한 이들이, 이들이 꿈꾸는 무지개가 너무 벅차고 사랑스럽다.

 

자조모임이라는 용어를 처음 본 것은 대학원 무렵이었다. 여러 개의 논문들에 장애당사자 자조모임과 부모 자조모임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보는 내용이 있었다. 연구필요성에서는 당사자와 부모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돕는 자조모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연구자가 모집한 이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조모임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결과로는 그 자조모임을 통해 부모들이 어떤 효용성을 얻었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이) 만들어준 자조모임이라고?” 의아하게 느껴졌다. 부모들이 간혹 어떻게 하면 사회성이 좋지 않은 우리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줄까요?”라고 물어보곤 한다. 나는 그들에게 친구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라 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조(自助:SELP HELP)모임이란 그야말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이지 단기간에 프로그램 몇 번 같이 했다고 자조모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선 그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장에 들어가 보면 실제적으로 유지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자조모임은 장애부모들에게 의지가 될 만한 좋은 비공식 지원체계이다. 지역사회에서 서로 내 편이 되어주면서 먼 미래를 함께 준비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녀의 문제에 너무 압도되어 있고, 다른 부모들과의 관계가 위로되기보다는 오히려 상처가 된다고 호소한다면 자조모임을 가지기 어렵다. 부모들은 세월이 갈수록 오히려 점점 고립되고 방어적인 상태가 되는 일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 자조모임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이들의 장애가 커가며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가망성이 적은 일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적어도 내게는 가망성이 없다고 아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어딘가에 좋은 모임이 생겨날 것을 기대하며 오랜 기간 여러 복지관과 부모회, 학교들을 돌아다닐 때마다 함께 만나고 뜻을 같이하는 가족 같은 이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속한 기쁨터http://www.joyplace.org/의 기적도 소개하고 외국의 사례도 많이 소개하였다. 작더라도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부모교육이나 상담지원을 지원했다.

 

자조모임을 가져보라는 격려가 쉽지는 않았다. 자조모임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은 단지 일하는 몇 사람만 고생하며 움직인다고 했고, 뒤에서 수군거리거나 이득만 얻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끼리 부모끼리 서로 비교한다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안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관계적으로 얼마나 미숙한지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한참 지켜보다보니 결국 어려움이 심한 사람들이 상처 입고 상처 주는 것이지 건강한 많은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더 건강해지며 점차 얼굴이 밝아지고 희망을 꿈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서로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 어떻겠냐고 반문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갑게도 여러 경로로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부모자조모임에 대한 지원이 생겨나면서 조금씩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무언가 얼어붙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이 싹트는 것 같다. 느낌이 좋다.

 

이번 주에는 반가운 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무지개모임에서 아빠들끼리 모여서 부모교육을 받는 자리를 주선해주었다. 일요일 오후라 꼼짝없이 모인 아빠들이 13명이나 되었다! 긴장된 자리였지만 간단하게 자녀의 발달과 미래에 대해 다루었고 가족의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였다. 아버지들이 각자 궁금하거나 염려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꽤 깊게 나누었다. 그리고 결론은 당구모임! 아버지들끼리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풀 수 있는 모임을 가지기로 하셨단다. 이제 쌍무지개 모임이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아끼던 모임 하나가 다시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은 복지관 지원으로 어린이집 때부터 만나던 엄마들의 모임이다. 각자 학교를 가고 복지관의 지원이 약해지면서 아이들의 장애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씩 유명무실해졌다. 그런데 이제 중학교 갈 시기가 되자 정말 내 심정을 알아줄 사람들이 서로 필요해지면서 다시 모임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그래서 내친 김에 꿈을 하나 더 꾸어보기로 했다. 지체장애(뇌병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자조모임을 만들면 매달 지원을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들이 서로 만나 나를 초대해주면 참 좋겠다.

 

사람들의 관계는 단지 이득과 필요에 의한 것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서로가 의지가 되어준다는 것은 온기를 나누는 일이며 눈물 젖은 이를 껴안아주는 일이다. 기쁨을 나누는 일이고 희망을 함께 꿈꾸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 돕는 자들이 되어주는 것. 우리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갈 때 남들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 도움을 기분 좋게 주는 사람들, 너를 돕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서로 도움이 되어 주는 이웃이 된다면 그런 미래가 좀 더 가까이 올 것이다. 잘 되어 갈 거다.


 




이경아 : 자폐성장애청년의 부모/교육학박사/청소년상담사


*이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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