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너는 사춘기 나는 갱년기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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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14:47


 



글 :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사회적경제 컨설턴트/자폐성장애 남매 동현,혜승이 엄마)


두 달 전 중학생이 된 딸이 초경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새 훌쩍 자라 엄마보다 훨씬 키가 커진 것은 물론이고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씩 나더니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딸아이는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자연스러운 성장을 엄마인 나는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케이크에 초를 켜고 장미꽃도 선물하는 이벤트를 했지만 마음은 불안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보다는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 운전을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한숨이 나오곤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에 시간이 흐르고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로 사랑하는 딸아이를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점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한 것만큼 불안한 것은 없기에 현재 상황과 내가 해야 할 것들, 아이가 해야 할 것들 그리고 20살이 되는 시점을 상상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건강과 여가, 교육, 생활적인 면을 나누어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만나는 학교 선생님과 활동보조 선생님 그리고 치료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여쭤보고 귀담아 듣고 기록했습니다.


두 번째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수면을 돕는 약물의 특성상 자기 전 식욕이 솟구친 딸아이가 사춘기와 맞물리면서 지방이 늘고 체중이 갑자기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배가 나왔다거나 뚱뚱하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인들 앞에서 무심결에 말해버린 엄마의 모습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엄마의 이야기가 싫었는지도 물어보았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둘 다 무발화 상태라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어느새 눈빛이 사춘기 맹수에서 순한 고양이 눈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저의 건강을 체크했습니다.


초경을 시작한 딸과는 다르게 저는 자연스러운 완경으로 가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규칙적이던 생리는 어느새 불규칙적으로 하게 되었고 그럴 때면 이유 없이 몸이 붓고 피로감이 더 급속하게 몰려오곤 합니다. 시간을 마음대로 낼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10층까지는 무리없이 계단으로 걷는 것이 익숙해 졌고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비타민이나 여러 가지 영양 보조제들도 챙겨 먹으려 노력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위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별다르거나 특별한 비책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하여 때로는 특별하게만 바라보았던 나의 편견을 거두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

둘이 함께 윈-윈하는 그 날을 상상하며 소녀에서 숙녀로 가는 딸아이와 중년에서 노년으로 들어서는 엄마의 빛나는 날들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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