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내 아이의 장애 받아들이기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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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4 11:20




글 : 임신화(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동현이, 혜승이 엄마)


신학기가 되어서인지 상담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미취학 부모님들은 영유아 검사 후 발달지연에 따르는 치료수업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루고 초등저학년은 신학기에 담임 선생님과의 소통 및 특수학급 배치 등이 주를 이룬다.

주로 유·아동기 자녀를 둔 어머님들을 만나다 보니 이번 주에는 유독 장애수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에 나의 모습들이 겹쳐 떠올랐다.

 

24개월이 지나도 의미있는 언어가 발화되지 못하고 위험에 대한 인지가 전혀 되지 않아 주변에서 병원 검사를 권유했다. 왜 말을 하지 않는지, 다른 아이들처럼 놀이가 안 되는지 엄마로서 너무너무 궁금했다. 병원에서는 상당히 많은 검사를 권했고 의료보험 미적용으로 부담해야하는 고가의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아이에게 잠자는 약을 먹여가면서 몇날며칠 검사를 진행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한 달 후쯤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결과를 들으러 갔고 의사는 원인불명의 자폐성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집 근처 치료실에서 언어, 놀이, 감통 치료를 받아보라고 했고 예후를 봐야 한다는 이야기 외에는 어떤 속 시원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그때부터 밤이면 밤마다 아이를 재우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고 아이와 함께 치료실을 뺑뺑이처럼 돌아야 하는 일과가 시작되었다. 의사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치료수업도 하고 특수학급이 있는 병설유치원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진단도 받았다. 


장애라는 말이 죽기보다 싫었던 내가 복지카드를 받은 날!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시아버님 앞에서 죄송합니다만 연신 말하며 목 놓아 울었다. 아이와 함께 죽는 것이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고 학교동문이며 친구들과의 연락도 완벽히 차단했다. 그저 외딴 섬에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해졌고 얼굴에 표정도 없어졌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지금의 나를 만나신 분들은 선생님도 그런 시기가 있었나요?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 모습일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도 100% 장애수용이 되었다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수도 있다. 아직도 일 년에 한번쯤은 꿈에 내 아이가 말을 하고 그 모습이 감격스러워 울다 잠이 깨기도 한다. 그만큼 지금의 나에게도 장애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에게 문의나 도움을 청하러 온 부모님들께도 장애수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개개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 지지받았던 경험, 교육의 정도, 원가족과의 관계 등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할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어느 정도의 수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애수용 시기가 당겨지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장애수용 정도가 아이가 안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보며 불쌍하다고 운다거나, "넌 할 수 있는 게 왜 이렇게 없어?" 라며 드러내는 부모의 불안한 감정은 꼭 말이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전달되기 마련이고 아이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학습한다.  


장애수용을 앞당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정리해 보았다.

1. 전문가의 조언 (단 정말 제대로 된 전문가일 것! “ABA는 주 4회, 언어치료 주3회 하세요.”라며 마치 수학공식처럼 치료조언을 하거나 “저는 언어, 인지, 미술치료 모두 해요.”라며 자신의 경험이 정답인 것처럼 단정하는 조언은 최악) 

2. 보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처 (발달장애인지원센타, 가족지원센타, 특수교육지원센타 등이 있지만 아직 전문가나 기관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

3. 앞서 그 길을 걸어간 선배 부모님들과의 만남

4.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과 자조모임

5. 나 때문에 아이가 장애가 아닐까하는 죄책감보다는 매일매일 나는 내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자존감


현재 힘든 길을 혼자 걷고 계신 분들께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로 내가 하고픈 모든 이야기를 압축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듣는 귀를 연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역시 부모님들의 그 여정에 기꺼이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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