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원


장애가 없는 어른들의 행동이 바로잡기 더 힘들다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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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20:10




K는 특수학교에서 초임교사로 처음 담임을 맡게 된 내게 온 아이였다. 특수학교의 초등 5학년에 재학중인 또래보다 작은 체구의 통통한 여자 아이였다. 


학교를 1년 늦게 입학하여 나이는 같은 학년 아이들보다 한 살 많은 열 세 살이었고, 최중증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신체 조정 기능이나 협응 기능도 어려움이 많아 어디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몰라서 혼자 이동하는 것이 어려웠고, 빨리 걷거나 뛰는 것,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혼자서는 힘든 아이였다. 


감각도 둔해 보였고 움직임이 많지 않고 운동이 부족한 탓인지 발목이 얇은대신 배나 얼굴은 통통한 체형을 가진 아이다. 말로 발화를 할 수는 없었으며 몸짓이나 표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매우 제한적이었기에 눈빛을 보고 단순한 불편함이나 기쁨을 느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혼자서는 세수를 하거나 옷을 입거나 벗는 것도 어려운, 요즘 말로 '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이었다.  


그런데 K는 가끔(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소변을 가리지 못해 바지에 소변을 보는 실수를 했는데 거의 유일한 의사표현 방법은 '눈빛' 하나였기에 요의를 느끼는지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아이 스스로 오줌이 마렵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표현을 하기는 어려웠기에 13살이나 되었어도 여전히 옷에 실수를 하는 일이 잦은 편이었다. 그래서 항상 가방에는 여벌의 옷과 신발을 가지고 다닌다.


당시에는 특수교육 실무사(보조교사) 제도도 없었고, 특수학교 평균 학급당 학생수는 10명에서 13명 정도였는데 담임교사 혼자 한 교실에서 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점심을 먹이고 돌보는 일을 해야 했다.  점심시간에는 어쩔 수 없이 그 학급의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아이들 급식지도를 위해 자원봉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처음 담임을 맡고 한 달 가량 지나고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매일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공주 드레스(긴 원피스 크기의 행사때나 입을 듯한 드레스)를 입히고, 신거나 벗을 때마다 끈을 묶었다 풀었다 해야되는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부츠를 신겨서 학교에 보냈다. 이런 불편한 복장은 운동회가 있거나 놀이공원같은 곳에 소풍을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1년 동안 거의 바뀐 적이 없었다. 물론 가방에는 늘 갈아입힐 티셔츠와 바지, 신발이 들어있었다.


혼자서 옷을 입거나 벗기 힘들어 항상 누군가 입혀주거나 벗겨주어야 하고 신발도 누군가 벗기거나 신겨주어야 하는 아이가 왜 매일 이런 옷만 입고 오는지 의아스러웠다. 소변 실수를 하면 옷을 갈아입혀야 하고, 아이도 이동하고 움직일 때 좀 더 활동하기 편한 캐주얼한 옷과 운동화로 입혀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알림장을 써서 보냈다. 그런데도 계속 그 불편한 복장은 바뀌지 않았다. 알림장도 여러 번 보내고 심지어 전화통화로 말씀까지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전에 아이를 맡아 가르쳤던 선생님들께 물어보았더니 다들 이렇게 말하였다.


 '그 엄마 절대 안바뀌어. 다른 건 몰라도 아이 옷입히는 건 아무리 얘기해도 안 들으시는 분이야"


결국, 초임 교사인 나도 어머님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아이는 1년 내내 그 불편한 옷과 신발을 입고 다녀야 했다.


그 어머님이 왜 그랬는지 젋고 경험이 부족한 초임교사였던 그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면 이해가 된다. 일종의 보상 심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의 장애를 옷으로라도 가리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유난히 가는 발목을 목까지 올라오는 부츠로 가리고,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도 긴 레이스달린 원피스 치마로 가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급스러워 보이는 공주 드레스라도 입혀서 보내야 아이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 거라고 믿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문제행동이라는 게 정말 문제인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많은 부분은 의사표현, 감정 표현 수단이 제한되어있어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이고, 우리가 특이행동이나 집착이라고 부르는 그 행동은 그냥 취향이 (음식이나 물건 또는 사람) 독특하거나 강한 것 뿐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어른들(부모나 교사나 치료사 등)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 때문에 아이가 원치 않는 삶을 강요당해야 할 때, 그것은 절대 어른들의 취향이나 독특함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때로는,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 그 어른들의 문제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행동 문제보다 훨씬 더 바로잡기 힘든 것일 때가 있다.


- 작성자: 김성남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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