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낮을 위하여 - 잠을 지키자!

지석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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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

2018.04.19 23:02



잠은 낭비일까?


‘사당오락’이란 말이 있었다. 하루 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80년대에 들었던 말이다. 그 당시 공부시간을 위해 잠을 줄이려고 약을 먹는 학생들도 있었다. 필자와 친한 사람 중에서는 ‘하루에 8시간,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니?’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발달분자생물학자인 존 메디나의 ‘브레인 룰즈’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인생의 1/3을 자면서 보내는 이유가 뭘까?’라는 문제제기 문구를 보고, 뇌를 위해 수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적인 ‘활동’에 가치를 적게 둔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인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는 사실에 대해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두고 우리가 잠에 가치를 적게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은 사람이 자는 것, 뇌는 독자적으로 일하는 시간’


잠은 사람이 자는 것이다.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일을 한다. 뇌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 있는 신체기관이다. 뇌가 동물에게 중요한 이유는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감지하는 감각신경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입력되는 감각이 중간신경과 운동신경과 만나서 움직인다. 감지하기 위해서는 전신의 피부와 근육, 감각기관에 신경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신의 근육에 운동신경이 연결되어야 하며, 감각과 운동신경을 조율하기 위해 중간에 뇌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뇌는 깨어 있는 동안 온몸과 연결되어서 일을 한다. 잠은 어떤 상태일까? 잠은 몸과 연결하는 신경의 플러그를 잠시 끄는 상태와 같다. 그리고는 뇌만 열심히 일을 한다. 뇌척수액으로 뇌 청소도 하고, 연결되는 동안 일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뇌의 적당한 각 부분에 보내며 정리하는 일을 한다. 뇌는 중간 중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시간도 이런 필요성을 채운다. 그래서, 잠도 필요하고 휴식도 필요하다.


잠은 중요하다.


그래서 잠이 들고 깨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과민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수면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 발달장애는 없어도 과민하기 때문에 수면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이런 신체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큰 일이 생기거나 불안하거나 흥분되면 각성이 상승해서 수면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가끔 과각성되어서 수면이 방해가 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수면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떤 상태가 될까? 일단 수면이 어려우면 뇌가 최적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 뇌는 근육 뿐 아니라 내장기관에도 연결되며, 몸의 항상성을 조율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 뇌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멍하거나 둔감하거나, 예민한 행동을 보일 수도 있고, 내적으로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뇌의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인지기능의 저하나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잠


발달장애인은 수면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수면을 잘 지키는 것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낮시간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감정와 감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계절이 변할 때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수면이 어렵다. 계절이 바뀔 때, 우리는 아주 많은 것들이 바뀐다. 학생인 경우, 학교가 바뀌기도 하고, 교사와 학급 친구들이 바뀌고, 교실이 바뀐다. 그래서 변화가 많은 봄에는 적응에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이 ‘잠을 지키는 것’이다. 어린 시기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잠의 양과 질이 다른 편이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 특히 어머니들의 잠이 함께 어려워진다. 자녀들의 잠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머님들, 아버님들, 어른들은 자신들의 잠이나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가치를 두셔야 한다. 자녀들의 안정적인 잠을 위해, 틈이 있을 때 어른들이 휴식을 잘 취하면, 깨어 있을 때 같은 스트레스라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정도는 달라진다. 그래서, 타고나기를 과민한 뇌로 잠이 예민한 자녀들의 잠을 안정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부모님들이 평소에 안정적으로 잠을 자고, 꼭 잠이 아니더라도 잠과 비슷한 멍때리는 휴식상태라고 충분히 가지시기를 적극적으로 권해드린다 (자녀가 교육, 보육기관에 가 있는 동안 휴식하고 수면하시면 좋겠다).


더불어 함께, 자기 패턴에 맞는 존중하는 잠!


사람마다 수면 시간과 패턴은 다양하다. 평균적인 수면 시간은 있다. 갓난 아기들은 대략 16시간 정도 시간에 깨고 드는 잠과 각성변화, 유아기에는 12-14시간 정도 수면에 낮잠 1-2회, 예닐곱살 경에는 11-13시간 정도 수면에 낮잠 1회 정도, 초등학생이 되면 10-11시간 정도, 청소년기에는 8.5-9.5 시간 (세계 권장 수면량과, 외국의 실제 수면 시간조사에 의하면 이렇지만, 한/일/대만 청소년 수면시간은 이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된다) 정도가 평균 수면시간이면서 필요 수면시간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자기만의 시간 범주와 양상이 있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의 수면 시간은 잠이 들고 난 뒤 스르륵 눈이 떠 지는 시간의 평균적인 시간이다. 어른이 될수록 수면 리듬은 사회적이거나 그동안의 생활습관에 맞춰져 있겠지만, 아이들의 경우 자연의 리듬을 따르면서 형성된다. 해가 뜨면 눈이 떠지고, 해가 지면 잠이 오는 리듬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그리고 수면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잠이 드는 방식과 잠에 영향을 주는 환경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경변화는 수면에 어려움을 주는만큼, 수면에 루틴(일정한 순서로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과)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주 어릴 때는 신체의 감각과 움직임이 동원되어야 잠을 자는 아이가, 그래도 조금 더 성장하면 자기 손으로 일정하게 만지는 것이나 만져지는 것이 있으면 잠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가끔 엄마의 귓구멍이나 팔꿈치, 복점, 뱃살.. 등이어서 엄마를 괴롭게 한다는 사실이 괴롭다). 잠이 들게 하는 요건이 사람에서 물건이나 상징이나 이야기나 일정한 자기 습관으로 천천히 바뀌어간다. 그것도 수면의 발달이고, 인간의 성장이다.


날씨가 좋아지고, 바깥활동을 즐길만한 시기가 되어간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공원이 가까이에 있다. 여름이 되면, 그 공원의 물웅덩이에 아이들이 논다. 노는 것은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아이들이 즐거우면 모두가 즐겁다. 문제는, 아이들이 밤 11시, 12시까지 논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중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놀이는 어른으로 인해 괴롭게 끝난다. 아이들이 놀더라도, 필요한 시간에는 놀이를 멈추게 하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어른들이 돕고 가르치고 지원하면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어른의 일이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해야 하는 수면과 관련된 일이 또 있다. 잠은, 깨는 것은 스스로 깨도록 돕고, 잠이 드는 것은 재우며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수면과 관련된 노래에 아이들을 깨우는 노래는 없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깬다. 깨는 시간에 깨도록 일정의 시간이 맞춰지지 않아서 어른이 아침에 깨우는 일은 있어도, 아이들이 깨지 못하는 일은 없다. 대신, 잠은 스스로 들기가 어렵다. 재우는 노래는 무수히 많다. 자장가... 아이들을 재우고, 잠이 잘 들게 하고, 깨는 시간을 알고 스스로 깨도록 맡기는 데에 가치와 에너지를 쏟자.


우리 모두의 잠은 소중하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스스로의 잠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 다짐한다.




지석연 (발달장애지원 전문가포럼 / 작업치료사 / SISO 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 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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