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감각이 제대로 발달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성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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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9 11:18




우리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있을 수 있을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까? 코와 혀가 아무런 냄새와 맛을 느끼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내 몸의 느낌을 전혀 느끼지 않을 때가 있을까? 이런 경험은 몇 가지 상황에서 가능하다. 우선, 수정란이 되어 아직 외배엽의 분화가 미성숙해서 신경계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 나라는 존재를 수정란에서부터 인정한다면, 나는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시기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나의 신경체계에 이상이 없다면 진공상태, 무중력 상태인 경우에 이런 무감각의 경험이 가능하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신경체계가 감각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감각을 경험한다. 그리고, 내 감각신경계가 전혀 기능하지 않는 경우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즉, 무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감각계가 기능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 생명 상태에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의 감각이란,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자극이 인간의 말초신경을 통해 받아들여 중추신경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말한다. 감각은 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이고 원초적인 구조이며 기능이다. 때문에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최초의 신경계가 감각이기도 하고, 인간이 가장 늦게까지 보유하며 남아있는 신경기능이 감각이기도 하다. 자폐인들의 신경계는 보편적인 경우보다 시청각 감각영역이 과도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때문에 보편적인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감각을 느끼고, 더 세밀하고 작은 자극도 감지하는 경향이 있다. 시각 감각이 과도하게 연결된 경우,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주 세밀한 시각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구별해서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감각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감각만 존재하고 기능하지 않으며, 감각은 감지하는 것으로만 일하지 않는다. 감각은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받아들인 다양한 자극을 전달하는 것은 감각만이 아니라 신경계 자체의 기능인데, 이런 전달하는 기능은 다른 기능과 만나서 또 다른 기능을 하기도 한다. 감각을 받아들이고 나면 정보를 전달하는 길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하는데, 그 중 처음 기능이 반사고 반응이다. 뜨거운 자극이 입력되면 피부를 통해 온도 감각을 감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뜨거움을 느껴서 닿은 부분을 움직이는 근육을 얼른 자극해서 빨리 피하도록 한다. 갑자기 비탈길에 들어섰을 때, 우리 몸은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울어지는 느낌을 전달하면서 기울어진 몸의 무게나 위치를 알게 하는 뇌에서 무게를 가장 덜 느끼는 중력의 수직선까지 움직여서 힘을 덜 들이는 지점을 찾을 때까지 몸 근육을 움직이도록 반응한다.


그러면서 감각으로 전달되는 느낌은 좋고 싫음을 알고 선택하게 한다. 감각자극 중에 나를 싫게 만드는 자극이 많은 사람은 회피하는 반응을 하거나, 싫다는 표현을 선택한다. 더불어 느낌이 좋은 자극을 발견하게 되면 그 자극을 찾고, 지속적으로 느끼기 위한 노력을 한다. 싫은 자극이 많은 사람은 좋은 느낌의 감각자극이 적기 때문에 특히 좋아하는 자극을 찾게 되면 이 지속하려는 욕구가 더 커지게 된다. 좋고 싫은 욕구가 생기는 것은 학습을 하게 작용한다. 좋은 느낌을 찾기 위한 노력만이 아니라, 그 자극을 전해주는 존재나 환경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단계로 확장할 수 있다. 이렇게 확장되면, 일반적으로는 자극과 입력이 충족되어서 추구하는 정도가 줄어들고 전환이 되거나, 더이상 좋고 싫은 반응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습관화가 된다. 그런데 생리적인 실험에 의하면, 감각과민증상이 높은 사람들의 신경은 습관화가 잘 되지 않고 특정하게 추구하는 자극에만 계속 노출이 되면 다른 신경계를 덜 사용하게 되어서 발달이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신경학습은 자극으로 민감해지는 ‘민감화’와, 계속 되는 자극에는 덜 반응하는 ‘습관화’의 조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이 발달하고 성숙하는 과정에는 꼭 억제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신경이 연결되는 지점들이 줄어들어서 산발적으로 연결된 길을 정리하며 가지치기하는 시기이다. 신경이라는 구조는 역동적이기도 하고 고정적이기도 해서, 신경 세포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끼리의 연결하는 지점은 일생에 몇 번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하면서 변화한다. 이 변화로 인해서 우리의 감각기능이 면하고, 반응하는 내용과 정도가 변화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일생에 걸쳐서 일어난다.


감각이 기능해야 전달과 반응기능이 발달하고, 이를 통해서 사람의 뇌가 발달한다.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감각은 받아들이는 기능이라고 했다. 받아들이는 감각이 기능을 하려면, 자극을 제공하는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 인간이 아무리 좋은 신경기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중력과 기체가 없는 공간에서 태어나면, 감각기능은 발휘되지 않고 그래서 목가누기를 할 수 없고 서고 걸을 수 없고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음성의 정도를 조절할 수 없다. 감각을 제공하는 무엇. 인간의 감각신경을 자극해서 기능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환경이다. 그 환경 중 가장 크고 중요한 환경은 지구이고 자연이다. 지구 환경이 아니면, 인간의 신경은 지금처럼 기능할 수 없다. 어쩌면 아예 기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환경은 사회적 환경이며 다양한 물리적인 환경이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과 공간과 여러가지 물건들. 그 다음에 인간을 자극하는 것은 그 사람과 공간과 도구로 자기가 성취해가는 활동이 된다. 혼자 또는 함께 성취하는 과정은 인간의 감각이 인지적인 성공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발달은,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물이 다 성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인원 영장류는 도구를 사용하며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신경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감각의 발달을 통해 인간 신경이 성숙하고 발달하고 성취하는 많은 과정은 동물의 발달과 진화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참고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아왔다.


그래서 필자는 인간의 발달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람만 독특하다는 생각보다는 동물의 발달과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동물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그대로 관찰하면서 인간 또한 그렇게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인간의 발달단계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인간의 이야기를 해 보자. 인간의 감각을 성장하게 하는 인간의 단계에 필요한 자극환경은 자기 자신이다. 내가 나 자신의 환경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를 온전히 감지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인간에게 가능하며,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런데, 대체로 이전 단계의 지구를 느끼고 자연을 느끼고 양육자를 느끼고 함께 하는 친구를 느끼고 도구와 재료들을 느끼고 만들어가는 성취를 느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는 인간이 되어야 자기 자신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더 큰 환경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을 가능성 또한 높다. 괜히 사람이 자기를 들여다보지 않는데, 특히 자기를 들여다볼 때는 내가 사랑하고 돌보고자 하는 사람이 생겼을 따 자기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온전히 인간만이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대신, 사랑하는 존재들을 위해 나를 돌아보는 인간만이 더 약하고 어린 존재들이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좋은 느낌을 감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자기를 변화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단계에서 우리는 느끼고, 느낀 바를 반응한다. 반응의 결과는 눈에 보이지만, 무엇을 느끼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단지, 알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감각이 발달하는 과정.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겠다.


나는 본다, 듣는다, 맛본다, 맡는다, 느낀다. 고로 반응한다?

볼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듣고.. 느낄 것을 느낀다. 고로 선택한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안다. 고로 생각한다.

보고 듣고 느끼며 이해하고 분별한다. 고로 행동한다.

보여줄 것을 보여주고, 들려줄 만한 것을 들려주고, 느낄 만한 것을 느끼도록 한다. 고로 함께 산다.


지석연 (발달장애지원 전문가포럼 / 작업치료사 / SISO 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 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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