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발달 평가에 대한 이해와 태도

지석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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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1:31





매사에 평가는 중요하고 필요하다. 집안일에 비유해서 예를 들어보자. 여름에 집안에 에어컨을 들이기로 했다면, 에어컨을 가동할 공간의 면적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해 면적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대략 30평 정도되는 집인데, 60평 규모의 강당에 설치할 천정형 에어컨을 설치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이유는 에어컨의 공기순환 정도와 방이나 거실의 면적을 서로 비교해서 적절한지 선택할만한 기본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여름에 실내가 너무나 덥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존재한다.


아동기의 발달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자 한다. 발달평가를 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성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몸무게, 키를 측정한다. 발달은 생애주기를 통해 변화하는 기능과 행동이라는 정의를 참조할 때, 발달평가는 아동기의 기능과 행동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의 평가는 인지기능, 운동기능, 감각처리기능, 언어기능 등과 같이 어느 정도는 선천적인 기능을 평가하는 데는 표준화된 방법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행동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새로이 등장하는 평가방법에는 수행평가가 있다.


이 평가에 적용하는 기준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어떤 경우는 수치나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에 도달하면 된다. 시력같은 경우가 그렇다. 일정 수치에 다다르면 보편적인 시력으로, 어느 수치와 차이가 있으면 안경을 쓰거나 처치를 한다. 지능이나 인지 등의 기능적인 평가들은 정규분포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이 평가는 상대적인 평가다. 나와 같은 또래나 내가 속한 일정한 집단 안에서 어떤 기능을 평가해 보면, 대체적으로 포물선을 그리게 되고, 그 포물선의 양극단에는 평가하고자 하는 기능을 매우 잘하는 소수와 매우 못하는 소수가 분포하고, 가운데 볼록한 부분에는 평균적인 다수가 분포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포를 정규분포라고 한다.


이런 분포에 따른 평가를 함께 평가한 사람들 안에서 얼마나 비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변환하여 지수화하는 과정을 표준화라고 한다. IQ가 대표적인 표준화된 검사이다. 만약 IQ 검사를 통해 평가한 점수가 평가한 인구집단 안에서 80점을 받았다고 하자. 그냥 수, 우, 미, 양, 가로 매기는 절대기준으로 따지면 80점은 ‘우’ 수준에 해당하지만, 만약 90점 이상인 사람의 수, 즉 ‘수’ 수준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체의 50%가 넘어, 80점인 사람의 상대적인 비율이 50%에 해당하게 된다고 하자. 이를 변환하여 50% 비율을 100으로 지수로써 정한 것이 IQ같은 검사의 방식이다.


이런 다양한 평가방법들은, 어쨌든 눈에 보이는 발달에 관련된 현상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발자들의 노력과 달리, 현실에서 적용될 때는 여러 평가방법들이 사람들을 비율로 매기고, 문제점과 단점을 찾아 개선하면 낮은 비율이 높은 비율 수준으로 올라가는 방식에 사용되는 일이 많다.


앞서 에어컨의 비유에서, 에어컨 설치를 위해 면적과 에어컨 기능을 파악하는 것을 하나의 평가방식으로 들 수 있다.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 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에어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다. 만약, 더위가 심하지만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적고, 젊은 연령대인 가족이 많아서 가족들이 선풍기를 사용하면서 여름을 그럭저럭 지낼만하다고 여긴다면, 에어컨 설치를 위한 에어컨 기능파악 자체는 의미가 없다. 설령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해도, 가을이 오고 선선하면 에어컨은 가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에어컨을 적절하게 켜는 시기를 이해하는 것이 에어컨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똑같이 아이들의 발달에 대해 적용해 보자. 필자는 작업치료사로 필요할 때 감각통합중재를 사용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처음 만나서 무조건 감각통합기능평가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아이에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어떤 요인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주 많은 경우, 발달평가나 특정한 영역의 평가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평가항목을 채우는 현장을 목격한다. 일부 불량하게 진단을 남발하는 병원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의료상황에서는 문진, 촉진을 하고 청진을 하면서 증상을 파악하는데, 이로 불충분하면 추가적인 세부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무조건 검진하고 평가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이런 적용이 발달지원 현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평가라는 것이, 혹시, 단점과 어려운점, 문제점만 찾도록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발달과정에 있는 사람은, 발달해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한 아직 발달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의 경우는 발달해야 하는 것이 삶 자체로 요구받는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그렇다. 상대적으로 더 발달된 영역이 있고, 덜 발달된 영역이 있다고 할 때, 강점보다는 약점을 채우는 방향으로 다음 행동계획을 세우면서 더 발달된 장점은 무시되기도 한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인위적으로 평가해서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던 단절된 하나하나의 기능들이, 표준분포에서는 낮은 비율에 위치했던 각각의 쪼개진 기능들이 무색하게, 일상에서 꾸준하게 참여하면서 잘하거나 좋아하는 모습이 있다. 분명히 손기능이 어렵다고 평가되고, 시지각 기능의 속도가 느리고, 사물을 언어로 이해하는 능력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아이스크림 뽕따바 뚜껑을 기가 막히게 희안한 방법으로 열고야 말고, 가르친 글씨는 못 쓰고 못 읽는데 자동차 종류는 차의 일부 모서리만 봐도 다 알아맞춘다. 누군가가 그런 능력이 소용이 있냐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각 발달검사에서 실시하는 블럭 끼우기, 안 보이는 공간 퍼즐 수 맞추기는 일상에서 어떻게 쓰이고 소용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아무도 답변할 수가 없다.


또, 평가를 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도 하고, 그 날의 날씨나 평가하는 장소의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물론, 평가자들은 일관성과 신뢰도를 갖도록 훈련받는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그 훈련을 무색하게 할만큼 특별할 수 있다. 평가를 하는 사람은 평가를 하고자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절대 다른 사람, 낯선 사람 앞에서 무언가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때문에 단 한번, 처음 만난 사람과 모든 것을 똑같은 결과를 보이게 된다고 발달평가로 단언할 수는 없다. 때문에, 발달평가를 통해 기능 수준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가급적 아이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평가하는 환경이 아이에게 편안하고도 적당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사회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대의 발달과학은 시대와 역사, 환경의 맥락을 유전적인 개인특성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인간의 발달은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교과서 뒤에는 가위질 할 필요 없이 잘 재단 된 학습용 스티커들이 있다. 아이들이 가위질을 잘 못하고 느려서 개발된 것인지, 이런 교구가 개발되면서 아이들의 가위질이 점점 어색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앞으로의 수행변화로 나타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아이들의 컴퓨터 키보드 자판과 마우스 조종 기술들은 매우 놀랍게 기민하다. 가위질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자랄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3D 프린터나 고차원적인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는데, 잘 되지 않은 가위질을 수행하면서 힘들어하느니, 앞으로 사용될 새로움에 적응하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들을, 인간발달을 평가한다고 할 때는 경험, 문화, 가치, 개인의 성장사, 환경, 현시대의 기술 등을 고려할 수 있는 만큼의 다양한 맥락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은, 인간의 수행은 그렇게 복잡하다. 평가를 한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하나의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임을 늘 성찰해야 한다.


언젠가, 조국 민정수석의 트윗에서 본 글이 있다. 그 글을 다시 인간발달의 ‘평가’라는 것에 응용해 본다.


"인간을 평가하는 데는 '삼찰'이 필요하다. 먼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찰'.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 그리고 난 다음 전체를 잘 아우르는 '통찰'."


지석연 (발달장애지원 전문가포럼 / 작업치료사 / SISO 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위 글은 <함께웃는재단> 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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