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작업


복합적 일상생활활동 IADL에 대하여




24시간과 지구라는 공간은 인간에게 평등하다. 이 시간과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 일상생활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위이며,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다. 일상생활활동(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은 기본적(Basic ADL)이고 개인적(Personal ADL)인 활동에서 점차 복잡하고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이 복잡한 일상생활활동은 Instrumental ADL, IADL이라는 용어로 20세기부터 제도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 분야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노인 인구의 생활이 지역에서부터 가정으로 점차 줄어들어가는 양상을 보고 지역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런 IADL 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하였다. 지금은 IADL을 재활영역에서 연령과 장애와 상관없이 지역사회생활의 자립여부를 확인하고 직업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근거로 삼고 있다.


IADL을 발달적으로 이해하면, 아동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인간은 간단하고 기본적인 생활참여를 하다가 점차 자율성을 더 많이 갖고 가정에서부터 지역으로 참여하며 생활활동의 참여범위가 더 확대된다. 이런 활동을 분류하면 대략 타인 돌보기, 애완동물 돌보기, 육아, 의사소통도구(전화, 컴퓨터, 호출기, 벨 등) 사용, 지역사회 이동, 재정관리, 건강관리 및 유지, 가사관리(청소, 세탁), 식사 준비 및 설거지, 쇼핑, 안전관리, 응급 상황 등이 포함된다. 쉽게 말해 [자취 가능한 생활활동]이거나, 원 가정에서 벗어나 [자립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자립생활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취나 자립이 가능하다고 해서 완전히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IADL의 기본은 ‘사회적 역할’을 하는 데 있고 타인을 돌보는 상호적인 목적을 띈다. 그래서 IADL을 가장 잘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부’이며, 주부는 자취를 위함이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목적으로 그 역할의 의미를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부라는 이름으로 집 안에서 하는 IADL을 대체로 어머니들이 해 왔고 그 역할을 어머니들이 하다보니 IADL의 기술도 어머니들을 통해 전수되어 온 경향이 있다. 사회는 역으로 어머니와 여성들의 IADL로 인해 돌봄을 받는 생산자(자녀, 남편 등의 생산적 노동 가능인력)들의 경제적인 생산활동 참여를 추구해왔고 격려했던 반면, 경제적 생산활동이 아니지만 이를 지탱하는 IADL 역할자들의 능력과 노력은 격려하고 인정하기보다, 가치를 적게 부여하면서 IADL을 하는 사람들을 희생하는 사람으로 여겨왔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IADL을 연구하고 추적하고 조사한 사람들에 의하면 이 IADL은 ‘위대하면서도 평범한 일’이기도 하지만 매일매일 존재하는 일상생활이기 때문에 모든 아동청소년기에 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기결정, 자기효능감, 사회적인 참여를 더 증가시킨다고 한다. IADL 중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아주 간단한 IADL 기술을 포함한다. 식탁을 닦거나 가족의 수저를 놓거나, 반찬이나 그릇을 받아서 얹어 놓는 일은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매일 일어나는 일은 매일 연습이 가능하며 이 때문에 하면 할수록 능력과 기술이 늘어난다. 다 먹은 그릇을 설겆이대에 넣는 일도 간단한 IADL 이다. 수저를 담그는 통에 수저를, 기름이 있는 그릇과 없는 그릇을 따로 두는 집이라면 분류하고 분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간단한 활동은 혼자 하지만, 좀 더 복잡한 식사준비는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하면서 역할을 나누게 된다.


매일 일어나는 일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와 참여에서 소통하고 사용하는 상호적 기술도 서로 차이가 난다.


‘이쪽에 놔주세요’, ‘또 주세요’, ‘제가 할께요’, ‘이것 좀 해 줄래요?’, ‘고마와요’, ‘아, 이번에는 이렇게 해 주세요.’, ‘아, 미안해요’, ‘괜찮아요. 오, 이번엔 더 잘하셨네요?’.. 무엇을 할 때 우리는 이런 대화를 하게 될까? 활동을 서로 돕고 도우면서 같이 할 때 이런 대화와 소통을 한다. 똑같은 활동을 지시적으로 하고 한 사람에게만 하도록 이전을 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소통은 없고 활동은 짐이 되고 하기 싫은 의무가 되면서 관계는 더 멀어지게 된다.


IADL은 AMPS라는 측정평가를 통해 대략 만 17세 경이면 지역자립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는 평균적인 데이터로 증명된다. 또 데이터는 내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활동은 아무리 타인과 타국에서는 일상생활이어도 내게는 일상생활이 아니므로 저절로 잘 하게 되거나 지역자립을 하지는 못하더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주변을 보면 편의점이 한 길 건너 하나씩 있다. 내가 굳이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사서 뚜껑을 열고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아주 초보적인 IADL을 하면 식사준비와 뒷정리 활동은 간단하게 해결된다. 대신,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를 가서 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계산대에 꺼내고 다시 장바구니에 담고 재료를 다듬고 냉장고에 보관하고 요리하고 만든 음식을 통에 담는 일련의 과정들을 함께 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자기결정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갈등하며 해결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배우는 기회를 얻게 된다.


IADL은 사회생활과 직업생활과 지역참여활동과 함께 지내는 가정활동을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복잡한 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복합과 복잡을 경험해야 능력과 기술이 생기며, 능력과 기술은 사람의 효능감을 향상한다는 것은 무수한 시도를 통해 증명되어 있다.


저절로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없다. BADL을 혼자 또는 도움 받으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IADL을 조금씩 조금씩 참여해야 하고, 경험해야 한다. 그 복잡함의 경험은 고생일 수 있지만, 고생은 함께 소통하는 사람을 통해 나눌 수 있다.


IADL은 매우 소중한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다. 이를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사회는 IADL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야 가능하다.


지석연 (작업치료사 /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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