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과 사회성


자폐아에게 사회화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더스페셜님

0

6590

2016.08.19 12:19


 



 

 


낯선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타인을 만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의 체내에서는 옥시토신과 도파민 같은 기분을 좋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이는 대개 아주 잠깐 동안 잠재의식하에서 일어나지만, 이전에 만났던 타인을 다시 찾게 하고 만남을 고대하게 만들기도 하죠.



자폐인은 사회적으로 타인과 어울리거나 그들을 기쁘게 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마음의 이론 (마음 읽기 능력)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얼굴 표정을 파악한다거나 상대의 감정이나 의도를 살피는 능력과 같은 것들을 연구해왔죠. 지금까지 자폐아들은 자신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상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추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자폐아들의 상태는 기능이 우수하고 인지적으로 매우 뛰어난 자폐부터 기능이 매우 낮고 무발화의 자폐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있으므로 이러한 추정이 모두에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자폐인이 아닌 연구자들은 왜 자폐아들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고려하려 하지 않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타인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기쁨을 느끼는 존재로 진화해왔습니다. 우리의 눈은 태어난 지 단 몇 분 후부터 사람을 향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간의 얼굴에 매료되는 첫 순간이죠.


자폐아의 비사회성(non-social)에 관한 매우 심플한 가설이 있습니다. 전문가 가설(expertise hypothesis)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자폐인들은 감정의 인식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뒷받침하는 뇌기능에는 특정한 이상이나 문제가 없으며 단지 그러한 능력이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발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는 타인들과 함께 사회화하는 데에 딱히 관심이 없는 그들의 내재적 성향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폐아들의 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그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칭찬과 애정과 수용을 갈망하고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일조차 기꺼이 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과 달리,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보다 더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자폐아들이 감정, 공감, 사랑에 공허함을 느낀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이들이 전형적인 아이들에 비해 타인을 기쁘게 하는 데에 관심이 적거나 없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사회적 행동에 대한 보상


사회적인 관계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이러한 특성은 마음의 이론 테스트라는 아래와 같은 수수께끼에 대해 정확히 답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셀리는 바구니를 가지고 있고 앤은 상자를 가지고 있단다. 샐리는 구슬을 바구니에 두고 떠났고, 앤은 샐리가 떠난 후 구슬을 박스로 옮겼어. 샐리가 다시 돌아왔을 때, 어디에서 자기의 구슬을 찾을까?

전형적인 발달 수준의 다섯 살 아이들이 정확히 답을 맞추는 반면에, 자폐아들 대부분은 이 수수께끼에서 답을 맞추지 못하고 샐리가 박스에서 구슬을 찾아 볼 것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답을 맞출 시에 초콜릿이나 장난감과 같은 보상을 주는, 살짝 변화된 형태의 테스트를 시행한 호주의 한 연구에서 그 결과는 극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Peterson 외 2013).


이 <샐리-앤 테스트>에서는 13%의 아이들만이 통과했던 반면, 보상으로 유인한 상황에서는 74%의 아이들이 정확히 답을 맞추었답니다. 이는 사회적 관계의 이해를 테스트하는 실험에서 떨어진 많은 자폐아들이, 경쟁적이고 보상이 뒷받침된 게임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하는 그들의 마음의 이론을 사용 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에서는 불행히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해도 매번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는 않습니다. 자폐아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이 본질적으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거나 그로부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왜 수없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폐아들에게 눈을 맞춰주거나 적절히 대화를 하면 보상을 해주는 재활치료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 아이들을 매우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비자폐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고 그것을 재활치료라 부르고 있죠. 어떤 사람의 미세한 억양 변화, 또는 눈썹이 올라간 얼굴 모습은 그 사람의 의도에 대해 상대방이 의심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경학적으로 전형적인 비자폐인의 뇌는 그 의도를 찾는 데에 원초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은 자폐인과 다른 지점입니다.


자폐인은 이런 사회적인 측면에 관심이 없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면, 우리는 왜 그들을 '사회적'이 되도록 훈련시켜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자폐인들이 우리의 관습과 본성을 따르고 싶어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우리의 관습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폐인들의 절반 이상은 특별히 친한 친구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그 때문에 외로움을 느낀다는 연구도 없으며, 그것이 실제 사회에서 필요한 활동에 대한 그들의 참여도와 관계가 깊다는 연구도 없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우수한 사람들은 명성이나 그들이 남기는 인상에 대해 크게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회를 발전시킬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 매우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군중들의 외면이나 그로 인한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홀로 자신만의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문: www.theconversation.com/children-with-autism-shouldnt-be-forced-to-socialise

번역: 김성남 / 특수교육학 박사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대표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