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과 사회성


매달 기부하러 가는 발달장애 학생들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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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4:22




글 : 최미란 (고양흰돌종합사회복지관 사회성교실 강사/ 장애부모 인형극단 어깨동무 대표/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운영위원)



휴우........ 긴 겨울방학이다(봄방학이 없이 3월 새학기와 함께 개학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장애 자녀와 24 시간 내내 함께 하는 부모는 학기 중에 비축한 체력을 긴 겨울방학을 보내는 동안 완전히 소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주 금요일, 사회성 교실 수업을 하러 온 철희(가명) 손톱을 물어 뜯고 있었다. 뾰로퉁한 표정에 얼굴이 약간 부어 있었다.


“오늘,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

대답 없이 손톱만 물어 뜯던 철희는 수업이 끝날 즈음, 한마디를 했다.

“엄마한테 혼났어요.”

“그래서 속상했구나. 울었니?”

“네. 속상해서 많이 울었어요. 엄마한테 뽀로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크게 혼났어요.”

“에고... 그래서 얼굴이 부어 있었네. 

좋아, 선생님이 다다음주에 가려고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우리 철희를 위해 선생님이 계획을 미리 앞당겨야겠다! 

다음 주에 우리 기부하러 가자. 어때? 기부하러 갈까??”

“네. 좋아요. 기부하러 가요. 기부하러 가서 뽀로로랑 토마스 기차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래. 꼭 만나길 기도할게.”


올해 6학년이 되는 형이 어린 동생들이 노는 장난감을 볼 때마다 사달라고 해서 집에 장난감이 잔뜩 있는데도 일단 조르고 보는 것이다. 이 긴 겨울 방학 동안 철희엄마와 철희는 장난감 전쟁을 치러야 하니 엄마와 아이 속이 서로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나의 기부수업이 전쟁에서 평화로 이끄는 묘수이길 기대해 볼 수 밖에.


내가 일하는 고양흰돌종합사회복지관 사회성 교실은 초등부부터 중고등부까지 5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나와 함께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부 할동이 벌써 일곱해를 이어가고 있다. 

자, 기부 기부 하는데 도대체 발달 장애 학생들이 무슨 기부를 한단 말인가?

궁금해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 이것이 기부이다!!


일단 교실에서 아름다운 가게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발달장애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기부 의미를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내가 가지고 있는 용돈 3000원 안에서 좋은 물건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고학년으로 성장하면서 한 달에 한번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기부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고등부 학생들에겐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를 검색해 본다. 그리고 기부의 종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지도 알아본다. 여기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내 용돈을 가지고 마트에서 쓰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이번엔 내 돈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쓰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이렇게 스스로 탐색하는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게 대한 사전 공부를 간단하게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가게(고양시에는 주엽점, 마두점, 화정점이 있다)로 신나게 간다.


철희는 기대하던 장난감을 만났을까?

철희는 스스로 선택한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타고 주엽역에서 내려 아름다운 가게로 들어갔다. 어찌나 절실하게 기도했던지 꼭 만나고 싶다던 토마스기차가 후광을 빛내고 있었나 보다. 보자마자 입꼬리를 올리고서는 재빨리 기차를 들고 계산대에서 1천5백원 계산부터 치렀다. 당분간 철희 얼굴에서 올라간 입꼬리 미소를 자주 보게 되니 모두 행복할 수밖에 없다.

행복은 늘 가까이, 지천에 있다.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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