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유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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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9:48




글 : 김성남(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종사자의 90%이상은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라는 전공은 학부에서 전공을 열심히 하였다 해도 발달장애에 관한 지식은 단 한 학기 한 강좌도 듣지 않는 전공이다. 심지어 학부에서 전공하지 않고도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얻어 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발달장애 평생교육센터 등에 취업을 하는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어려운 행동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부실한 인적인 인프라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행동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해야 된다는 주장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수십 년째 양적 팽창만 치중한 채 체질개선이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였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지원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지를 공감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작년에 공중파 방송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발달장애인 대상 폭행 사건은 그 기관의 운영주체가 발달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부모단체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에게 우려를 끼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분석해 보면 이 문제는 특정 조직이나 단체만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인 문제도 아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결과이다. 비장애인들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과 비교하면 얼마나 허접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갈 곳이 없는 이유는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지 별도의 시설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각 동의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시립, 구립 도서관의 프로그램, 대학부설평생교육원, 문화센터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발달장애인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것을 차별행위로 고발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우선 마련되어야 하고, 그런 곳에서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격한 강사를 배치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당장에는 이것이 불가능하니 나중에 선진국 되면 그 때 하자고 미뤄놓을 일이라면, 그래서 당장은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나 평생교육센터를 더 만들어야 한다면, 일반학교에서 장애아동을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 거부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계속 방치한 채 특수학교만 계속 만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든, 평생교육법이든, 발달장애지원법이든 뭐가 되었든 발달장애를 이유로 비장애인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로부터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그들은 늘 소외되고 분리되어 일상적인 삶을 누릴 수 없게 되며 이것을 우리가 방조한 꼴이 되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관점으로 보면 그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관할하고 지원해야 한다. 비장애인의 평생교육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은 왜 복지사가 그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지금 현재 200여개 넘게 운영중인 특수교육지원센터가 그 서비스 대상을 성인기까지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개선되고 그에 따라 예산과 인력이 지원되는 것이 가장 빨리 가장 많은 그 '센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육공무원과 교수와 고위공무원들이 거부하면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발달장애, 특히 중증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감각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한 특이 행동이나 공격행동, 자해행동과 같은 문제행동이 흔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성인기가 되면 정신건강의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비장애인의 몇 배에 달한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때 부모나 교사나 복지사들이라 해도 적절히 대응하고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를 포함한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솔루션 팀을 구성해 장기적으로(최소 1년) 접근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접근방식이고 그러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문적인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과 물리적인 대응의 구분조차 되지 않는 초짜같은 교사나 복지사가 부적절한 대응을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그 사람의 인성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실제 성인 발달장애인이 공격적인 행동이나 자해행동을 심하게 하는 순간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래서 선진국의 복지시설에는 이용인과 서비스제공자 양측의 인권을 모두 고려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자체 수준과 기관단위에서 모두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동문제 관련 전문가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양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인 것도 문제이지만, 학교 현장이나 복지시설이나 기관을 돌아다니며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도 없는 분야에 굳이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 


지방에 강의를 가서 부모님들께 전해들은 사례들 중에는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행동은 심해지기만 하고 늙어가는 부모님은 완력으로 몽둥이를 들고 대처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고(또는 그 외에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 상황을 버티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보내버리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주변사람들조차 엄마가 살려면 그렇게 시설에 보내기라도 해야 한다고 권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의 경우 보낼 곳도 딱히 없고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에 대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인구 몇 십만 이상의 도시들조차 그런 지원을 해 줄 사람 한 명 찾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불행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애인단체나 일부 복지 종사자들 탓만 해서는 해결될 것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복지당국과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어떤 일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 이 글은 함께웃는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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