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인식


인터넷을 넘어 공감하기

정유진님

0

261

2019.10.19 16:28




글 : 김선형 / 평택대 재활상담학과 겸임교수 / 굿컴퍼니 대표 / 장애인재활상담사


 인터넷은 정보전달과 공유의 방법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인터넷의 편리가 인간의 삶의 질을 전체적으로는 하락시킨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관계가 실제 인간의 긍정적인 만남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시킨다는 회의적인 연구결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과연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해가되는   악마의 도구인가?


 인터넷 활동과 관련하여 와이프에게 들은 이야기 중 정말 황당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육아정보를 공유하거나 지역 내 관련 소식들을 접하기 위해 지역 내 맘카페 활동을 하고 있다. 와이프도 하루에 한번은 카페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소식들을 접하곤 한단다. 최근 맘카페 내에서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조카의 장애를 의심하는 글이었다고 한다.


제목은 “우리 조카가 말이 느리고, 눈맞춤이 잘 안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와이프도 같은 재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이런 글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제목과 내용만 봐서는 아.. 얼마나 조카가 걱정이 되면 대신해서 이런 글을 올렸을까? 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적절한 답변을 달기 위해 댓글을 보던 중 매우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많은 엄마들이 안타까워하며 서로 댓글을 다는 과정에서 조카의 상황과 답변의 맥락이 맞지 않는다는 걸 누군가 발견한 것이다. 이에 한 엄마가 글쓴이의 뒷조사(과거에 쓴 글 검색)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 조카는 바로 글쓴이의 아이였던 것이다.


즉, 자기 아이의 상황을 조카의 상황으로 연출하여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안타까운 사연인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엄마들이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 조카라고 속일만큼 그렇게 자식이 창피한가요?

- 아이가 좀 느릴 수 도 있고 그런 건데 의심되면 여기에 거짓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먼저 관련 기관에서 상담을 받거나 병원에 가보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 왜 없는 조카를 만들어 그 조카가 피해를 입게 만드시나요?

등 별별 댓글이 다 달렸다고 한다.

자기 자식의 상황을 숨기는 게 그리 급박했던 것일까? 아니면, 아이의 상황이 너무 겁이나   남의 이야기 인척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질문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조카라고 생각하고 답변하면 됐지 뭘 또 굳이 글쓴이의 과거까지 다 훑어보는 사람은 뭐지? 글쓴이는 댓글을 보며 또 얼마나 속상할지..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인터넷 상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가 아닐까 싶다. 요즘 아무리 온라인정보화시대라 하지만   최소한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과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 공간이기에 우리는 항상 경계하고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발달이 느리면 덜컥 겁부터 나고 “우리 아이는 절대 아닐거야.” 라고 부인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럼 왜 부인하기에 급급할까? 바로 우리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만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한다. 물론 장애 자체가 긍정적일 순 없지만, 그 또한 개별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고유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 이 글은 <함께 웃는 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twitter facebook google+
댓글